대문공지 (2017) 대문공지



2017년입니다. 여기오시는 모든 분들께 행운이 있기를


이곳은 한 소시민이 어설픈 자작그림들과 함께 조용히 살고 있는 공간입니다.
 
-2017. 01. 01.

초기 마왕군 장교와 중장보병 - 마왕군의 아이러니 잡담

그림에 나온 아이들은 마왕군 서부 일리리아 소속 제8군단의 하얀 엘프족 대대장과 마족 중장보병입니다. 
 
속칭 대붕괴 시기 이후 마왕 티투스에 의해 재건된 마왕군은 구 제국의 군제와 군사장비를 적극적으로 모방했기 때문에, 인종구성만 제외한다면 그냥 구 제국군의 후신이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였습니다.
 
위 그림은 그런 초기 마왕군의 하얀 엘프족 대대장과 마족 중장보병으로, 장비는 구 제국이 비축용으로 남겨운 것을 쓰거나 극단적인 경우에는 전장터에 널린 제국군의 시체에서 벗겨오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와중에 사소하다면 사소한 문제가 발생했으니, 이렇게 구 제국의 장비를 그대로 가져다 쓰다보니 어떤 때는 마왕군 보병이 당시 제국의 국교였던 지모신교의 십자가 상징이 그려진 방패나 군기를 들고 있는 경우도 있었던 것이었습니다. 
 
초기 마족들은 이러한 종교적 문양에 무관심했고 또 상황이 너무나 급했기에 잡는 데로 활용할 수 있는 장비란 장비는 다 써먹어야 했지만 점차 시간이 흐를수록 역대 마왕들은 명색이 마왕국의 군대가 인간족의 주류 종교였던 지모신교의 문양이 들어간 장비나 군기를 쓰는 것을 문제라고 생각하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역대 마왕들이 인간족의 지모신교에 대항할 종교가 필요하다는 걸 마왕들이 깨달았을 때에는 이미 십자가 군기나 문양이 마왕군 군단 (특히 중앙군 제2군단, 지방군 제8군단, 제11군단)의 상징으로 쓰고 있어 바꾸기가 힘들어진지 오래였습니다. 
 
물론 이건 아니다 싶었던 역대 마왕들은 이 십자가를 마족신의 상징으로 바꿔보고자 노력했습니다. 특히 세계력 627년 마왕 카시우스 2세는 이 3개군단의 상징을 변경할 것과 마왕국 내에서 십자가 문양을 쓰지 못하게 하는 칙령을 내려 이 문제를 해결하고자 했습니다. 그러나 문제는 의외의 곳에서 터져나왔으니, 마족 / 인간족 / 엘프족 할거 없이 이러한 상징변경에 군단병들이 심하게 반발했던 것이었습니다. 
 
"야 이 십사쿠들아! 느그들이 뭔데 100년 넘게 써온 우리 군단의 상징을 하루아침에 바꾸겠단 거여!!" 
 
급기야 지방군 제8군단과 11군단에선 항명사태가 벌어졌고 중앙군 제2군단도 군단 사열식에서 군단병들이 무장하고 모여 무언의 항의를 하는 지경에 이르자 카시우스 2세는 곧바로 칙령을 번복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 후에도 마왕들은 틈만 나면 십자가문양을 마왕국 내에서 추방하고 마왕교를 퍼트리려 노력했지만 군단의 상징 변경만큼은 그냥 포기해버렸습니다. 
 
이 3개군단은 십자가 문양을 계속 군단의 상징으로 활용했고 이는 새로운 군제개혁으로 군단이 해체될 때까지도 계속 쓰였습니다.

마왕국이 태어나기 까지의 이야기들 잡담

마왕군이 구 제국의 수도 콘스탄티니아를 함락시키고 제국의 멸망을 부르짖었을 때, 모든 사람들은 이제 세상이 끝났다고 생각했습니다. 성립한지 오래되어, 그 때문에 악화일로를 걷고 있던 제국이라고는 하나 여전히 강력했던 구 제국이 갑자기 튀어나온 마왕군에 의해 허무하게 멸망하자 사람들의 공포감은 극에 달해 있었죠. 


구 제국의 멸망에 이어 마왕군은 서방과 동방으로 뻗어나가기 시작했고 그들의 진격로에는 무자비한 파괴와 약탈이 뒤따랐습니다. 하늘에서는 붉은 용이 그 숨결을 내뱉어 세상천지를 화염으로 휩쓸었고 땅에서는 외눈박이 거인과 그를 따르는 마족보병들이 온 천지를 뒤덮으며 세상을 정복해 나갔습니다.


그러나 파국은 마왕군의 쾌진격이 각지에서 일어난 '용사'들에게 저지되면서 갑작스레 닥쳐오게 됩니다. 그동안 보급이고 뭐고 아무것도 신경쓰지 않은체 그저 진격만을 이어온 마왕군은 그 진격이 멈추게 된 순간 그 반동으로 급격하게 붕괴되기 시작했습니다. 여기저기서 용사들이 이끄는 인간족의 군세가 마왕군을 격파하자 확장기에 30만에 이르던 마왕군의 군세는 순식간에 1/6도 남지 않게 되었습니다.


마족학자들이 '대붕괴'라고 일컷는 이 시기에 마왕으로 등극하게 된 티투스 1세는 진지하게 생존을 걱정해야 할 판이었습니다. 이대로 가면 마족과 그 동맹군은 삽시간에 붕괴되어 그 옛날처럼 세상의 끝에서 숨어지내는 꼴로 돌아가야 할 판이었기에 그의 정책방향 선회는 지극히 당연한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그의 바람과는 달리 여기저기서 패배한 마왕군을 있는데로 긁어모아도 그 수는 5만도 채 되지 않았습니다. 마왕군은 확장기에 여기저기로 뻗어나갔고 그 때문에 아직도 귀환하지 못한체 고립되어 각개격파당하고 있었던 지라 5만이라도 모을 수 있었다는 게 기적같은 일이긴 했습니다만, 티투스 1세에게 그런 상황은 동정조차 되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상황에 절망하기 보다는 뚝심을 가지고 해결하는 것을 추구하던 티투스는 어떻게든 그 병력을 가지고 마왕국을 재건하고자 마음먹었습니다. 그리고 그의 파격적인 행보가 시작되었습니다.


가장 먼저 티투스가 추진한 정책은 이제는 버려진 구 제국의 수도 콘스탄티니아를 마왕국의 수도로 삼았던 것입니다. 당시 콘스탄티니아는 점령당하면서 약탈당하긴 했습니다. 하지만 무작정 뻗어나가기 바빴던 마왕군은 콘스탄티니아를 점령한지 반나절도 되지않아 도시를 버리고 다시 진격하기 시작했으며 도시는 제법 멀쩡하게 남아있었습니다. 티투스는 콘스탄티니아를 마왕국의 새로운 수도로 선포하여 마왕국의 기반으로 삼겠음을 분명히 하였습니다.


그렇지만 무작정 도시만 차지했다고 다 끝난 건 아니었습니다. 그는 무너진 군대를 재건하고자 했고 그렇다면 필요한 것은 돈과 인력이었습니다. 하지만 필요한 돈은 약탈을 한다고 해서 모을 수 있는 양이 아니었으며 그런 약탈은 초기에는 어떻게든 버틸 자금을 마련해 주겠지만 티투스가 원하는 것은 안정적으로 얻을 수 있는 돈, 즉 세금이었습니다. 그렇지만 마왕군은 여태까지 점령한 땅에 체계적인 통치체계를 세워본 경험이 없었습니다. 필요한 것은 그때그때 약탈하여 얻었던 마왕군에게 통치체계란 논외였기 때문이었습니다. 


이왕지사 콘스탄티니아를 수도로 삼았으니 티투스는 자기들이 무너뜨린 구 제국의 제도를 기초로 하여 정책을 펼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그리고 여기서 티투스는 행운을 잡을 수 있었습니다. 마왕군은 아무것도 신경쓰지 않고 오직 뻗어나가기만을 추구했고 그 덕분에 구 제국이 손 쓸 틈도 없이 무너지긴 했습니다만 그 와중에도 마왕군의 점령지에는 인간족이 상당수 살아남을 수 있었고 그들 중에는 구 제국의 관료들도 남아있었습니다. 많은 수의 관료와 귀족들이 아직 마왕군에게 점령되지 않은 서방으로, 동방으로 달아났지만 개 중에는 아직 달아나지 않았거나 못한 사람들이 남아있었습니다. 티투스는 그들에게 주목했습니다.


세계력 515년 티투스는 공고를 내려 인간족 학자와 관료를 모집했습니다. 초기에는 사람이 모이지 않았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당장 마왕군이 구 제국을 무너뜨린게 어제일 같은데 이제와서 자신들에게 손을 내민다고 덥썩 잡기엔 마왕군에 대한 인간들의 증오가 만만찮았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러나 목구멍이 포도청이라고 먹고는 살아야 하는 사람들은 속는 셈 치고 하나 둘씩 마왕의 요청에 응하기 시작했습니다. 비록 얼마 되지 않은 수였지만 새로운 제국의 체계를 잡기에는 부족함이 없었습니다.


그러나 신생 마왕국의 수난은 아직 끝난 것이 아니었습니다. 이제 막 체계를 정비해 나간다고 하지만 통치체제를 세운들 다수의 인간족이 순순히 그 체제에 따라 줄지도 의문이었으며 제국이 멸망했다고는 하지만 파괴의 손길이 미치지 않은 시골지역에는 아직도 구 제국의 군단들이 건재한 상태로 남아있었습니다. 특히 이 구 군단들은 마왕국이 아직 수도와 그 주변부밖에 통제하지 못하고 있는 시점에서 엄청난 위협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게다가 엎친데 덮친 격으로 휘하 마족과 동맹부족 사이에는 아직도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 티투스의 표현으로는 - 인간족에 대한 확장정책을 지속해야 한다는 자들도 있었기 때문에 기껏 티투스가 소집한 5만의 군대는 두쪽으로 쪼개져 피비린내 나는 내전으로 돌입하게 되었습니다. 


다행인 점은 마왕국의 가장 큰 위협이던 용사들의 군대는 내분과 반목으로 인해 몇갈래로 갈라졌고 더 이상 마왕국을 향해 진격할 여력을 잃어버렸다는 것이었습니다. 이것으로 큰거 하나는 해결된 셈이었고 내전은 굉장히 복잡한 양상이었기 때문에 그 과정은 나중에 글 하나를 따로 쓰기로 하고 결론부터 말하자면 아직 건재했던 구 제국군을 회유하고 오크족 정예병을 지원받은 티투스가 반란군을 끝장내는데에 성공하였습니다. 내전도 진압하고 겸사겸사 동맹과 -여전히 충성도는 불안하지만- 구 제국의 병력까지 얻은 티투스는 간신히 '통치'라는 걸 시도할 수 있었습니다. 


이렇게 어렵게 어렵게 '신생 마왕국'을 연 티투스에게는 아직도 극복해야 할 고난이 많이 남아있었습니다. 재정문제, 식량문제, 인간족과의 융합 등. 하지만 티투스는 그 모든 것을 처리할 수 있다고 생각하진 않았습니다. 자신이 문을 열었다. 문을 열고 방향을 제시했으니 나중에 자신의 뒤를 이어 마왕이 될 자들이 그 유지를 이어나가 하나씩 해치워나가면 된다. 티투스는 이렇게 생각했습니다. 


나중에는 내해 동부지역의 강대국이자 -자칭이든 타칭이든- 구 제국의 후계자로서 위명이 드높은 마왕국은, 이렇게 태어나게 된 것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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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우, 요새 책을 거의 못 읽어서 그런지 그냥 심심풀이 설정 하나 짜는 것도 힘드네요 ;ㅅ; 위 이야기는 그냥 그럴수도 있다 수준의 이야기로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그래도 나중에 시간이 나면 티투스가 어떻게 내전에서 반대파를 진압하면서 영토를 차근차근 늘려나갔는가 하는 이야기도 써보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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