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설......야설?! 잡담


◎도연희의 경우

달빛 아래에 드러난 도연희는 마친 한명의 여신이 강림한 것 같았다. 평소의 그 철갑과도 같던 페르소나는 어디로 간 것일까. 지금은 그저 고요한 정적 속에서 달의 손길만이 그녀의 하얀 피부를 따라 흐를 뿐이다.

그 고혹적인 자태에 나는 숨이 막힐 것만 같았다. 머릿속이 하예진다는 게 이런 느낌일까?

“아…….”

그런 내 시선을 느낀 것일까? 연희는 부끄러운 듯 고개를 숙이며 이불-내가 매일 쓰는 그 병아리무늬 이불…-을 끌어당겨 티끌하나 걸치지 않은 그녀의 나신을 감싸 안았다.

“그렇게…….”

고개를 숙인 체, 그녀는 거의 울 것 같은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그렇게 빤히 쳐다보지 말아요.”

자신을 감싸 안은 그녀의 손에 힘이 들어간다. 나는 실례를 저질렀음을 느끼고 퍼뜩 시선을 거두었다.

“미, 미안.”

우리 둘은 서로를 시선에 두지 못하고 그대로 경직되어 버렸다.


어색한 침묵



마치 시간이 얼어붙어버린 듯한, 억겁과도 같은 이 침묵.



얼마나 시간이 흐른 것일까, 영원할 것 같은 고요함만이 이곳에 자리하고 있었다.

 

“미안해. 연희가 너무 예뻐서… 그러니까, 예뻐서, 아니 아름다워서… 아, 참 이걸 뭐라해야 좋을지…….”

나는 용기를 내어 무언의 장벽을 깼다. 하지만 용기는 거기까지였는지 내가 생각했던 말은 머릿속 에서만 맴돌 뿐 입은 정리되지 않은 말을 횡설수설 할 뿐이었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고작 이정도 뿐이다.

창피했다. 나는 결국 말을 정리하지 못한 채 작은 한숨을 쉬며 겸연쩍게 머리를 긁었다



그때였다.

“훗, 후후후후.”

다시금 방벽 속에 자신을 숨기려던 도연희가 웃음을 터트린 것은.

“하, 하하하하하.”

왜일까. 결국 나도 같이 웃었다. 조금 전까지 고민하던 내가 바보 같을 정도로 웃었다.



오직 달만이 바라보는 가운데, 두 남녀는 모든 가식과 허례를 벗어던졌다.



“후후후 역시 당신은 못 당하겠어.”

한참을 시원하게 웃고난 후, 도연희는 미소지으며 내게 말했다. 나는 멋쩍게 빰을 쓰다듬었다.

“미안.”

“사과하지 말아요. 바보.”

그녀는 짓궂게 웃더니 혀를 쏘옥 내밀었다. 경계심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모습. 제국황제라는 페르소나 뒤에 감춰져있던 그녀의 본 모습.



그렇게 어색함은 사라지고 나는 조금 더 용기를 내어 그녀 곁으로 다가갔다. 그에 반응하듯 그녀는 조용히 곁의 자리를 내어 주었다.

나는 소리가 나지 않도록 조심스레 침대에 걸터 않았다. 그곳은 연의의 숨소리가 들릴 정도로 가까운 곳이었다.

아까도 숨이 멎을 정도로 매혹적이었지만 가까이서 보는 그녀는 정말 인간의 언어라는 것이 얼마나 한정적이고 부질없는 것인지를 상기하게 만들었을 정도로 아름다웠다.

연희는 조용히 자신을 가리던 이불을 내려놓았다. 그녀의 크고 탄력 있는 가슴이 달빛을 받아 그 아름다움을 녹여낸다.

나는 순간 이성의 끈이 끊어질 것만 같았다. 만약 얼마 남아있지 않은 이성이 잡아주지 않았더라면 나는 한 마리 야수처럼 연희에게 달려들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다행이도 나는 그녀에게 상처를 주진 안았다.



뭐, 물론.



“…….”

“아, 저기 이건 남자라면 어쩔 수 없는 현상이라….”

그 대신이라도 되는 건지 아니면 내 이성을 비웃기라도 하는 건지, 허리에 두른 수건 아래의 내 성기는 너무도 건강하게 반응하고 있었다. 덕분에 내 얼굴은 빨갛게 잘 익어버렸다.

연희는 그런 내 모습을 보더니 작게 웃었다. 불쾌해 하는 것은 아니었다. 경멸은 더더욱 아니었다. 그저 장난기 어린 따뜻한 웃음.



이런 그녀에게 숫총각인 내가 과연 상처를 주지 않고 잘 할 수 있을까?



“너무 부담가지지 말아요. 나도 처음이라 긴장된다구요.”

“응, 미안.”

“바보. 또 사과했어.”

살짝 토라진 것 같은 그녀. 하지만 고개를 살짝 돌린 그녀의 입술은 미소 짓고 있었다.

“이건 말이죠.”

연희는 잠시 달을 바라보며 뭔가를 생각하더니 말을 이었다.

“시험 같은 것이 아니에요. 평가도, 그 무엇도 없어. 그러니 자연스럽게 하면 돼요. 자연스럽게, 감정이 이끄는 데 로. 물론 내가 이런 소리를 하는 것이 우습기도 하지만…….”

그녀는 씁쓸하게 웃었다. 황제라는 만인지상의 자리는 단 한순간의 실수도 용납지 못하도록 만들었다. 연희의 어깨에 지워진 1천년의 역사와 수많은 제국신민들의 안위는 어쩌면 후대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 이상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니 오늘만이라도 자연스럽게. 나는 그렇게 생각하면서 어깨에 힘을 빼고 연희에게 천천히 다가갔다.

그녀의 얼굴이 가까워지고, 연희는 어느새 조용히 눈을 감고 있었다.



달빛이 이 작은 방에 녹아드는 순간, 나와 도연희의 입술이 겹쳐졌다.



한번, 두번, 세번 우리의 입술은 부드럽게 서로의 입술을 탐했다. 키스만으로도 나는 짜릿함과 동시에 가슴속까지 따뜻해짐을 느꼈다.



첫 키스의 기분은 이런 것이었구나.

태어나 처음으로 느껴보는 감정. 이런 게 황홀경이라는 거겠지.



키스가 나를 대담하게 만든 것일까. 입술이 그녀를 애무하면서 나는 왼손으로 연희의 가슴을 가볍게 누르듯 감싸쥐었다.

“아….”

연희의 입에서 연한 신음이 흘러나온다. 그와 동시에 부드럽기 그지없는 그녀의 가슴에 대한 감촉이 내손을 타고 뇌 속으로 펴져나갔다.



부드럽다.



내가 손을 대는 곳마다 그녀의 가슴은 보드랍게 내 손을 감싸주었다. 그 감각 속에서 내 손은 태초의 모성을 갈구하며 가슴을 천천히 주물렀다.

“하아. 아….”

마치 에스컬레이터를 탄 듯 고조되는 그녀의 감정이 신음에 실려 나왔다. 나는 떼었던 입술을 다시 가볍게 그녀의 입술에 포갰다. 그녀의 신음마저도 가지고 싶다.



그 누구에게도 주고 싶지 않다.

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독점욕.



신이시여 용서하소서.



입술을 가만히 닫는다. 겹쳐졌던 입술이 한 줄기의 은빛 잔상만을 남긴 체 떨어졌다.

짓궂다니까. 도연희는 내 귀에 대고 그렇게 속삭인 후 애욕 섞인 한숨을 내 귀에 불어넣었다. 아직 체 흥분이 가시지 않은 그녀의 한 숨이 내 귀를 간질인다.

“웃!”

귀에 전해지는 격정의 느낌에 나도 모르게 몸이 경직되었다. 연희는 내 반응이 재미있었는지 쿡쿡 웃으며 다시 입을 맞추었다.

“너무해. 남은 진지한데 놀리다니.”

순간의 유치함이 발동한 건지, 아니면 가소로운 자존심인지 나는 고개를 획 돌렸다.

그러자 뿌루퉁한 내게 그녀는 아이를 달래듯 두 손으로 내 양 볼을 가볍게 쓰다듬었다.

착하지. 착하지.

처음에는 아이취급을 하는 것 같아서 살짝 발끈했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연희가 따스한 손길로 보듬어주자, 유치한 감정은 곧 그 온기 속에 녹아 없어졌다.

편안하다.

가능하다면 이대로 우리를 제외한 시간이 멈추었으면 좋겠다. 아니, 이러한 신성한 공간에 인위적 시간이 끼어든다는 것 그 자체가 불경이었다.

어느새 뜨겁게 차올랐던 감정이 가라앉았다. 하지만 그녀에 대한 욕망은 전혀 식지 않았다.

지금에서 한 발짝 더 나아가고 싶다.

이 여정의 끝에 있는 그 무언가를 향해.



뇌는 이상을 창조하고 그 구현을 명한다. 그 절대적인 명령에 입은 공손히 복종한다.



나는 혀를 살짝 내밀어 그녀의 가슴사이의 계곡을 핥았다. 어떠한 맛이 날 리가 없음에도 말로는 형언할 수 없는 달콤함이 은은한 샴푸향과 더불어 뇌를 감싼다.

그 맛을 천천히 음미한 후 나는 계곡사이에 입을 맞추었다. 그리고 다시 가만히 입술을 떼어 조금씩 올라가며 연희의 몸을 애무했다.

그러기를 계속, 내 입술은 어느새 그녀의 가슴위로 향했다.



한발자국. 또 한발자국.



마치 세상의 끝을 향해 나아가는 등반가와 같은 열정으로, 나의 붉은 입술은 그녀의 봉우리를 탐닉했다.

“아, 거긴 싫… 아흑…….”

두 연인은 다시금 쾌락의 분수에 발을 담궜다. 가슴을 애무했을 뿐인데 그녀는 마치 지금이라도 절정의 순간에 다다를 것 같았다.

“아, 미안하…….”

‘싫다’라는 말에 나도 모르게 또 사과의 말이 나왔다. 그러나 그 말은 끝맺지 못하고 허공에서 흩어졌다.

“바보.”

나직한 그 한마디와 함께 연희는 가만히 두 팔로 나를 껴안았다.

“멈추지 말아요. 나와 함께 나아가 주세요. 나의 주인님.”

나는 더 이상 주저하지 않았다. 연인들의 손이 달 아래에서 겹친다.

사랑한다는, 너무도 사랑한다는 징표.

멈추었던 입술이 다시 위대한 탐험을 개시한다.

애무의 끝에 서서, 내 등반가는 드디어 그 여정에 종지부를 찍었다. 그의 앞에는 연희의 상기된 선분홍색 가슴 끝이 태초의 모습으로 정복자를 기다리고 있었다.



꿀꺽.



나도 모르게 그 아름다움에 압도되어 침을 삼켰다.

나는 심호흡을 했다. 숨을 들이 마시면서 입을 벌린다.

사랑하는 여성의 품에서 남자는 아이가 된다. 어린 짐승은 생존의 본능과 그리고 그것을 뛰어넘는 사랑에 대한 갈구로 어미의 젖을 탐한다.

지금만큼은 나도 어린 짐승으로 돌아갔다. 본능과 욕망에 충실한 입은 그녀의 가슴을, 선분홍 빛깔의 젖꼭지와 꽃판을 가득 머금었다.

앙 벌린 입으로 연희의 가슴이 가득이 찬다. 그 우윳빛 과육의 부드러움이 입을 물들이고 나는 황망함에 심장이 터질 것만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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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군대에 있을 때 써봤던 야설인데 심심해서 올려봅니다. 그런데 야설이라고 해도 보시다시피 하나도 안 야해요. 네, 그게 목표였어요. 비유와 묘사, 상황만 가지고 성기를 지칭하는 단어를 최소화하여 하나도 안 야한 소설을 써보는 게 목표라서요. 게다가 다 쓰지도 못했네요 쩝-_-;;;;;;;;;

저 장면은 제가 군대에서 구상했던 또 다른 판타지 소설의 한 장면이지요. 도연희는 디오클레티아누스입니다. 로마황제들이 현대 대한민국에 여고생으로 현현하여 주인공과 얽히고 서로 엎치락 뒤치락하게 된다는 내용이지요. 도연희는 첫 히로인이자 정실부인(!!)이고 성향은 차가운 츤데레 반장이었습니다. 자신의 감정을 어쩌지 못하다가 결국 주인공 죽이려고 군단소환하지요. 어라? 츤데레가 아니라 얀데레였나? 그걸 전학생인 치체(바실레오스 2세)와 원수영(막센티우스)이 연합하여 막아냅니다. 그 과정에서 광진구 자양동(네, 이사가기전 제 동네였음요-_-;;;;;;)에서 시가전이 벌어지고, '마왕' 도연희의 공세앞에 무너질 위기였던 치체-원수영 동맹군은 주인공의 극적인 활약끝에 도연희를 패배시키는 데에 성공합니다. 

그리고 이어지는 '상호 마음의 확인 시간'-_-a 이 바로 저 장면이죠.

참고로 저는 아직 연애경험이 없습니다. 고로 저 장면은 매우 부끄럽게도 투하트2 텍스트 파일에서 영감을 얻었음을 밝힙니다. 저렇게 써보면 재미있을 것 같더라구요........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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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萬古獨龍 2011/07/16 13:04 #

    이 이거슨 좋은 텍스트다!
  • 모에시아 총독 2011/07/16 19:11 #

    ㅎㅎㅎ 제 인생 처음이자 마지막 야설이 될듯요.
  • Qoo 2011/07/17 12:16 #

    ...왜 이러세요 고갱님...

    좀 더...(퍽! 퍽퍽!)
  • 모에시아 총독 2011/07/17 14:02 #

    어허! 더 했다가는 이글루 생존이 불투명해지지 말입니다 ㅠㅠ
  • 檀下 2011/07/18 18:28 #

    이것은 좋은 것이다
  • 모에시아 총독 2011/07/18 20:22 #

    우라강! 이것을 키시리아님께....
  • 응가고양이 2011/07/21 21:04 #

    대..댓글을 달아야해!!!
  • 모에시아 총독 2011/07/21 23:58 #

    ㅎㅎ 생애 처음으로 쓴 야설이라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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